[뉴스레터 2호]생명이 지나오지 않은 진화의 경로를 상상하다_2026 SNU 그랜드퀘스트 공모전 수상자 이다인 님 인터뷰 작성일 26-09-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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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지나오지 않은 진화의 경로를 상상하다
2026 SNU 그랜드퀘스트 공모전 수상자 이다인 님 인터뷰
“생명의 규칙은 살아남은 형태에 있는가, 진화가 비워 둔 곳에 있는가?”
2026년 9월 2일, 서울대학교 그랜드퀘스트 서포터즈는 2026 SNU 그랜드퀘스트 공모전 수상자 이다인 님(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박사 과정에서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이다인 님은, 존재하는 진화의 경로를 넘어, 지나오지 않은 진화의 경로를 살펴보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그랜드퀘스트를 제시했습니다.
해당 질문의 출발점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였습니다. 조각상의 모습처럼 지식을 기반 위에 쌓아 올리는 기존의 연구 방식과 달리, 이미 존재하는 큰 덩어리에서 부분을 깎아 내는 방식으로 연구할 수는 없을지 의문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다인 님에게 질문의 시작과 탐구의 방향, 그리고 본인만의 질문을 찾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서포터즈: 수상작의 질문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해 주세요.
이다인: 생명이 지나온 진화의 경로는 하나의 선처럼 보이지만, 그 주변에는 지나올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지나오지 않은 더 넓은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경계에 있는 가능성, 즉 존재하지 않았던 경로를 탐색해 보고 싶었습니다.
서포터즈: 그러한 경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다인: 글에서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떠올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피에타가 하나의 큰 대리석을 깎아 만든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통 연구는 기반을 만들고 그 위에 지식을 쌓아 올리는 적층식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조각은 이미 있는 덩어리에서 필요한 형태를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연구도 그런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서포터즈: 현재 연구하시는 시스템생물학과 이 질문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이다인: 시스템생물학은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 대사체 등이 이루는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는 분야입니다. 저는 그 네트워크에도 갈 수 있는 공간과 넘어서면 안 되는 공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노화는 시간이 흐르며 어느 경계를 넘어가는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 다른 경로로 시스템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관심이 제 연구와 이 질문을 연결합니다.
서포터즈: 평소 연구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이다인: 질병 치료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있습니다. 단일 유전자나 하나의 약물 변화만 보는 데서 나아가, 여러 요소가 연결된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상태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서포터즈: 처음의 문제의식이 그랜드퀘스트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이다인: 처음 출발점은 생물학만이 아니라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가능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가상세계 안에서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자주 생각했습니다. 공모전을 계기로 이런 개인적인 관심을 생명과 진화의 경로라는 질문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서포터즈: 이 질문을 해석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다인: 질문 안에서 언급한 ‘공간’이라는 말을 제대로 구별하자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공간, 가능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불안정한 공간, 그리고 도달할 수 있었지만 지나오지 않은 공간이 있습니다. 제가 특히 관심을 두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입니다. 에너지 지형으로 비유하면, 안정적으로 머무는 지점도 있고 잠시 도달했다가 사라지는 지점도 있으며, 더 안정적일 수 있지만 아직 가지 못한 지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공간의 지도를 그리고 싶습니다.
서포터즈: 이 질문을 실제로 탐구하려면 어떤 연구 방법이나 학문 간 협력이 필요할까요?
이다인: 현실적으로 작동하려면 학계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산업계에는 많이 쌓여 있는 실패 데이터의 축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제약회사는 수많은 실험을 통해 성공하지 못한 결과도 축적해 두는데, 연구는 대체로 성공한 결과를 중심으로 확장됩니다. 실패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알면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백질 진화, 면역 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와 실험자가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포터즈: 이 질문이 연구된다면 질병 치료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다인: 과거의 질병 연구는 유전자 하나를 끄거나 약물을 넣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살피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시스템생물학은 다양한 요소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봅니다. 치료 역시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한 공간 안에서 경계를 넘지 않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는 연구가 질병 치료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포터즈: 후속 질문으로는 어떤 탐구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이다인: 항생제를 반복 투여하면 미생물이 내성을 갖게 되는데, 애초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경로로 유도할 수 있을지 연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화도 생명체가 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경로 가운데 하나의 경로로만 흐르는 현상으로 보고 연구해 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너무 위험한 경계에 가까워지기 전에 상태를 파악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미리 조정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포터즈: 공모전 수상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이다인: 다른 학생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일 수 있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상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학교가 뻔한 질문과 뻔한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연구를 시도한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제 질문이 선정된 이유를 굳이 짐작한다면, 주변의 질문들보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질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포터즈: 다른 학생들이 자신만의 그랜드퀘스트를 찾으려면 어떤 시도를 해보면 좋을까요?
이다인: 우리가 지원하는 많은 과제는 시작할 때부터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한 번 탐색해 보면 좋겠습니다. SNU 그랜드퀘스트는 처음부터 솔루션을 내지 않아도 되고 질문만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편했습니다. 연구를 하다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을 잘 찾고 끝까지 따져 나가는 태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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