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오래도록 줄이고, 늦추고, 적응해야 할 위기였다. 온실가스를 덜 내보내고, 오르는 기온과 잦아지는 극한 기상에 대비하는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 줄이거나 피하거나 버티거나, 셋 중 하나였다. 변화한 기후를 도리어 끌어 쓰자는 공학적 발상을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패러다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변화한 기후는 단순히 더워진 상태가 아니다. 대기와 해양의 순환이 재편되고, 지역과 고도 사이의 온도와 압력, 습도 차가 더 벌어지며, 탄소 농도와 염도, 수자원의 분포가 새로 짜인다. 공학적으로 일을 만들어 내는 힘은 바로 이런 차이, 곧 구배에서 나온다. 그 차이가 커졌다는 것은, 교란이 심해진 동시에 끌어 쓸 수 있는 구동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막아야 할 위기인 한편, 전에 없던 에너지와 물질의 기울기를 품은 시스템이 된다.
그렇다면 그 커진 구배를 직접 끌어 쓰는 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벌어진 온도 차에서 열에너지를 회수하고, 바뀐 해류와 강해진 바람에서 동력을 얻고,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되돌리고, 재편된 염도와 수자원에서 자원을 거두는 방식이다. 기존의 감축과 적응도 의미가 있지만, 기후변화를 능동적으로 끌어 쓰는 방식으로 공학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