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호] 자유롭게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다_2026 SNU 그랜드퀘스트 디자인보드 정두현 교수님 인터뷰 작성일 26-09-16 17:43
페이지 정보
본문
자유롭게 질문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다
2026 SNU 그랜드퀘스트 디자인보드 정두현 교수님 인터뷰
“꼭 화려하고 멋진 질문만이 그랜드퀘스트인가”
2026년 8월 25일, SNU 그랜드퀘스트 서포터즈는 서울대학교 그랜드퀘스트 디자인보드의 일원이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에서 면역학을 연구하고 계시는 정두현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선천 및 적응 면역세포의 조절기전에 대해 연구하시며, 그 중에서도 여성 특이적 면역과 세포 내 대사를 면역학에 접목한 혁신적 시도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좋은 질문이란 좋은 연구를 만들게 하는 것.” 좋은 질문이 대체 무엇이냐는 서포터즈의 질문에 교수님께서는 웃으면서 답하셨습니다. SNU 그랜드퀘스트와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 소중한 답변 남겨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아래 의과대학 의과학관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합니다.
서포터즈: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교수님께서도 연구자로서 오랜 시간 연구를 진행해 오셨다고 들었는데요. 연구 주제를 선정하시는 데 있어서 처음부터 명확한 질문이 있으셨는지, 아니면 연구 과정에서 질문이 점점 커지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순간에 “이 질문은 좀 오래 붙들고 가야겠다”고 느끼셨는지도요.
정두현: “오래 붙들고 가겠다”고 바로 생각했다기보다는,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으면 대부분은 끝까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인 것 같고요. 내가 책임 연구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이다 보니, 학생들하고 교류를 하면서 연구의 어떤 주제가 의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껴지면 해당 부분에 대해 학생들과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그러다가 주제가 결정될 때도 많고요. 연구 주제가 처음부터 명확한 질문이었는지 또는 연구 과정에서 질문이 점점 커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내가 꽤 오랫동안 연구를 했다 보니까 둘 중에 하나를 골라서 고집하지는 않았고요. 처음부터 연구 주제가 명확했던 경우도 있고, 연구 초반에는 질문이 선명하지 않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니 질문이 조금 더 확실해져서, 이어지는 것들에 대해 더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정한 적도 있었습니다.
질문을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백그라운드의 논리적인 부분을 바탕으로 공부를 한 후, 그에 대한 질문을 만드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기대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결과를 중심으로 연구 과정을 또다시 만들어가는 방법이고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두 가지를 다 할 텐데, 다만 저는 주로 이공계, 생물, 의학 관련된 것들을 다루는 입장이다 보니 문과 쪽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포터즈: 학생분들이랑 많은 소통을 한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럼 혹시 학생의 의견이 크게 도움이 됐던 경험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두현: 우리 연구실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는 건 성별에 따른 면역 시스템의 차이인데요. 10여 년 전에 대학원생이 실험을 해서, 우리가 특정한 유전자를 알게 되었고, 지금 그 유전자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위에서 말한 두 번째 질문을 만드는 방법에 해당하겠네요. 우리가 동물 실험을 할 때 마우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 학생이 수컷이 아니라 암컷 쥐를 사용하여 실험을 했더니 여성 특이적인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만약에 암수를 섞어서 실험을 했거나 수컷 마우스만을 이용했다면 그런 유전자를 찾지 못했을 텐데, 그 학생은 당시에 성별에 따라 자가면역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암컷 마우스로 실험을 했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서포터즈: 학생들은 “원하는 답을 먼저 정해놓고, 이를 뒷받침하는 질문을 만드는” 함정에 빠지기도 합니다. 확증 편향을 피하고, 열린 질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태도나 방법을 갖추어야 할까요?
정두현: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 주어진 상황 속에서도 객관적으로 그것을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겠습니다. 언제나 원하는 방향은 정해져 있겠지만,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경험 삼아 학습하다 보면 그러한 경험 자체가 좋은 연구 과정이 될 것이고, 학생들도 많이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포터즈: 질문을 만들 때 지식을 갖춘 상태와 순수한 호기심 중에서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배경 지식이나 경험, 전공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랜드퀘스트가 있는 반면 오히려 관련 지식이 없는 순수한 상태가 발상의 전환을 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정두현: 디자인보드 교수들끼리 왜 꼭 “GRAND” 퀘스트라고 불러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퀘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조금 더 근원적인 질문을 해 보자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그랜드퀘스트가 추구하는 방향은 질문하는 경험, 그리고 질문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되 지엽적이거나 편향적인 질문보다는, 더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랜드퀘스트를 던질 때는 편향성이나 선입견을 버리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식을 갖게 되거나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을 중심으로 반드시 편향성이 생기게 됩니다. 또는 어떤 것이 맞거나 틀리겠구나, 하고 예상을 하게 되는 지점이 생깁니다. 본인의 경험이나 전공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질문을 만드는 일은 물론 좋은 일이고, 또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으나, 그에 따른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기를 바랍니다.
서포터즈: 항암면역요법에서의 대표적 미해결 과제는 “같은 치료를 받아도 환자마다 반응이 크게 다른 이유를 밝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두현: 특정 환자가 어떠한 요법에 잘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합니다.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것은 앞으로 면역학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 내에서 한 가지의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원인을 찾아내기가 몹시 어려운 상황입니다. 약물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서포터즈: 면역학처럼 하나의 발견이 기초연구실에서 임상 현장까지 이어지는 분야에서는, 그랜드퀘스트형 질문의 “성공” 여부를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정두현: 임상에 적용할 만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단계를 거칠 수 있는 정도, 또는 유의미한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도를 면역학에서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일본의 혼조 박사는 PD-1을 처음으로 발표했으나, 당시에는 이것을 이렇게까지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까 말했던 질문을 만드는 두 번째 방법에 해당하는 사례가 되겠군요. 임상에 적용되는 여러 면역 치료나 항체에 대해서는 잘 개발하여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면,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질문을 만드는 첫 번째 방법에 해당하겠습니다.
연구의 성공이라는 것에는 여러 가지 기준과 측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반드시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을 쌓아 나아가길 바랍니다.
서포터즈: 연구하시는 분야에서도 A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혹은 연구하시는 분야에서의 AI가 현재 신뢰 가능한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보시나요?
정두현: 개인적으로는 AI를 통해서 직접적인 답을 얻지는 않는 편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게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요. 너무 AI에 의존을 한다면 문제겠지만, 연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쓰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관련 규정을 잘 지키는 일이 중요하겠고, 적어도 면역학 분야에서는 AI의 신뢰도가 아주 높은 것 같지는 않네요. 예를 들어, AI가 처음 개발되었을 즈음에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데 잘못된 레퍼런스를 주었거든요. 그래서 네가 준 레퍼런스가 틀렸다, 팩트와 다르다, 얘기를 했더니 급 사과를 한 다음에 또 다른 레퍼런스를 주는데, 그 레퍼런스도 옳지 않은 거였죠. 지금은 그때보다는 더 개발이 되었으니까 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AI가 검증되지 않은 결과나 소문을 답변으로 내놓는 일은 여전하니까 사용에 유의하기를 바랍니다.
서포터즈: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랜드퀘스트란 무엇인가요? 그랜드퀘스트를 교수님만의 언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정두현: 공모전이나 그랜드퀘스트와 같은 사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또 공유하는 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 자체가 연구자에게는 몹시 중요한 일이고, 또 학생들로 하여금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그랜드퀘스트 사업을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에, 서울대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러한 문화가 더욱 널리 퍼지길 기대합니다.
내가 학부생이었을 때는 질문을 하거나 교수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태도가 예의 바르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시대였습니다. 그러한 문화를 바꿔보고 싶네요. 아까 그랜드퀘스트에 굳이 “GRAND”를 붙여야 하냐, 논의를 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GRAND”라는 말이 반드시 멋진 의미일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만일 질문하는 좋은 문화를 만들게 된다면, 다들 손들고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이런 일들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겠죠. 질문과 공유가 많은 이들에게 있어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